01 · 90초 브리핑

낮은 금리 시대의 ‘몇 퍼센트 더’는 어떤 꼬리위험을 숨기는가.

‘발생확률이 낮다’와 ‘손실이 작다’는 전혀 다른 말이라는 점.

사건
해외금리 연계 DLF
기간
2019–현재
핵심 쟁점
DLF · 불완전판매 · 내부통제

02 · 결정적 장면

2019년,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자 한국의 은행 고객이 원금 대부분을 잃는 상품이 현실이 됐다. 독일 정부가 빚을 갚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채권가격이 폭락한 것도 아니었다. 금리가 계약에서 정한 선 아래로 내려갔다는 이유로 손실률이 가파르게 커졌다. 판매자료의 첫머리에는 연 수익률이 적혔고, 손실을 계산하는 식은 뒤쪽에 있었다.

03 · 자세한 이야기

장면 뒤에 있던 돈·계약·책임의 순서

8

2019년,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자 한국의 은행 고객이 원금 대부분을 잃는 상품이 현실이 됐다. 독일 정부가 빚을 갚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채권가격이 폭락한 것도 아니었다. 금리가 계약에서 정한 선 아래로 내려갔다는 이유로 손실률이 가파르게 커졌다. 판매자료의 첫머리에는 연 수익률이 적혔고, 손실을 계산하는 식은 뒤쪽에 있었다.

파생결합증권(DLS)은 금리, 환율, 원자재 가격 같은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과 손실이 결정되는 증권이다. 이를 사모펀드에 담아 은행이 판매한 상품이 파생결합펀드(DLF)다. 고객이 펀드에 가입하면 운용사는 그 돈으로 DLS를 샀다. 손실의 경제적 원인은 DLS의 조건에서 생기지만 고객과의 판매관계는 은행 창구에서 형성됐다. 제조사, 운용사, 판매사가 나뉜 구조였다.

상품의 손익은 채권처럼 완만하지 않았다. 기준금리가 일정 구간 위에 있으면 약정수익을 받는다. 그러나 금리가 손실구간에 들어가면 작은 움직임에도 원금손실이 몇 배의 속도로 늘어나는 구조가 있었다. 가령 기준선 아래로 0.1%포인트 내려갈 때 손실률이 20%포인트씩 커지는 식이다. 정확한 배수와 기준은 상품마다 달랐지만, 공통점은 수익이 제한되고 손실이 빠르게 확대됐다는 데 있었다. 고객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몇 퍼센트의 수익이었고 잃을 수 있는 것은 원금 대부분이었다.

왜 이런 상품이 팔렸을까. 당시 국내 예금금리는 낮았다. 예금 만기가 돌아온 고객에게 연 1~2%포인트 높은 수익은 크게 들렸다. 해외 주요 금리가 과거 일정 범위 아래로 내려간 적이 드물다는 백테스트도 사용됐다. 과거 자료에서 손실 발생 횟수가 적으면 상품은 안전해 보인다. 하지만 관측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일어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특히 중앙은행 정책과 세계 경기, 정치적 위험이 바뀌면 과거의 범위 자체가 달라진다.

발생확률과 손실크기는 다른 숫자다. 화재가 날 확률이 낮다고 건물 전체의 손실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DLF의 꼬리위험(tail risk)은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다가 극단적인 구간에서 큰 손실로 나타났다. 판매자료가 과거 승률을 강조할수록 고객은 ‘대부분 수익이 난다’고 이해하기 쉬웠다. 그러나 투자 판단에는 손실이 날 확률뿐 아니라 손실이 났을 때 얼마를 잃는지가 함께 들어가야 한다.

은행 본점의 상품 선정과 영업점 판매 사이에도 거리가 있었다. 본점은 상품위원회와 위험등급을 통해 상품을 승인한다. 영업점은 판매 목표와 고객 상담을 수행한다. 제조사는 조건을 설계하고 증권을 발행한다. 각 단계가 자기 역할만 보면 전체 책임이 흐려진다. 높은 판매수수료와 짧은 만기, 경쟁 은행의 판매 실적은 신속한 출시를 유도했다. 고객의 손실은 만기 때 확정되지만 판매 실적은 가입 때 잡혔다.

금융감독원 검사와 분쟁조정에서 드러난 쟁점은 상품의 복잡성만이 아니었다. 투자 경험이 없거나 고령인 고객에게 고위험 상품이 판매됐고, 투자성향이 사실과 다르게 작성되거나 손실위험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 2019년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대표 사례들에서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을 인정했다. 특히 투자 경험이 없고 난청이 있는 79세 고객 사례에서는 배상비율을 80%로 정했다. 이는 당시 분쟁조정 사례의 기관 판단이다. 모든 가입자의 배상비율이 80%라는 뜻은 아니다.

서명보다 먼저 확인했어야 할 것

확정된 사실은 고객이 가입서류와 설명확인서에 서명했다는 것이다. 기관 판단은 일부 사례에서 그 서명이 충분한 설명과 이해를 증명하지 못한다고 봤다. 은행들은 상품설명서에 원금손실 가능성을 기재했고 고객이 투자경험과 성향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고객 측은 상담 과정이 수익률 중심이었고 손실 계산식과 최악의 결과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이 차이는 ‘서명했으니 자기책임’과 ‘은행이 팔았으니 전액 배상’ 사이에서 풀리지 않는다. 적합성 원칙은 고객이 감당할 수 있는 상품인지 살피는 규칙이다. 설명의무는 상품의 중요한 위험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알리는 의무다. 서명은 절차의 증거가 될 수 있지만 고객의 나이, 투자경험, 재산상태, 가입 목적과 충돌하면 실제 판매과정을 더 살펴야 한다.

기관과 사법부가 다룬 책임도 나눠야 한다. 금융당국은 은행과 임직원에 대한 제재를 의결하고 분쟁조정 기준을 제시했다. 투자자 배상은 개별 판매행위와 과실상계를 본다. 최고경영자에 대한 내부통제 제재는 당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가 어디까지인지가 쟁점이 됐다. 법원은 일부 제재 소송에서 당국의 처분을 취소했다. 이 판단을 “경영진에게 아무 책임이 없다”는 말로 옮기면 범위를 벗어난다. 법원은 적용 법조문, 제재 사유의 특정,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의 내용을 판단했다. 상품 판매의 적정성과 조직 운영에 대한 경영상 평가는 별도로 남는다.

DLF 사건 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고 고난도 금융상품 규율, 숙려기간, 녹취와 설명 절차가 강화됐다. 규정이 늘면 기록은 많아진다. 그러나 설명 시간이 길어지는 것과 고객의 이해가 깊어지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손실식이 복잡하면 숫자 하나로 바꿔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독일 금리가 여기까지 내려가면 1억 원 중 얼마가 남습니까.” 이 질문에 판매자가 바로 답하지 못한다면 서류의 쪽수는 안전장치가 되기 어렵다.

은행 창구의 신뢰는 판매에 유리한 자산이다. 그 자산은 은행의 재무제표에 잡히지 않지만 사건이 나면 빠르게 줄어든다. 특히 예금 만기자금과 퇴직금을 투자상품으로 옮길 때 장소의 효과가 크다. 고객은 은행 직원의 권유를 독립적인 조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판매수수료와 목표가 있는 영업행위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려야 하는 이유다.

상품심의위원회가 확인할 내용도 서류의 완비 여부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기초자산이 과거 어느 범위에서 움직였는지, 지금의 경제환경이 그 범위와 다른지, 손실이 발생하면 고객군별로 얼마가 집중되는지 봐야 한다. 판매가 시작된 뒤에도 금리와 잔액을 점검해 판매중단 기준을 작동시켜야 한다. 위험등급은 출시일에 붙인 꼬리표가 아니라 시장변화에 따라 다시 판단할 정보다.

DLF의 만기가 짧았다는 점도 판매를 쉽게 만들었다. 고객은 4개월이나 6개월 뒤 돈을 돌려받는다는 말을 듣고 장기 펀드보다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만기가 짧으면 위험이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점의 금리변화에 손익이 집중된다. 회복을 기다릴 시간이 없고 만기 평가값이 곧 손실로 확정된다. 투자기간과 위험의 크기를 같은 척도로 보면 안 된다.

백테스트를 읽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과거 10년 동안 손실구간에 들어간 날이 없었다는 자료가 있다면 그 기간에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마이너스금리 정책이 어떻게 포함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관측기간을 조금 바꾸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기초금리의 일별 변동뿐 아니라 만기 평가방식과 손실배수를 적용한 실제 상품수익률을 보여줘야 한다. 좋은 시나리오의 빈도와 나쁜 시나리오의 크기를 한 화면에 놓아야 한다.

사후관리에서 고객에게 보내는 손실예상 통지도 중요하다. 원금손실 가능성이 커진 뒤 처음으로 구조를 알게 된다면 판매 때 설명이 충분했다고 보기 어렵다. 통지는 현재 평가액만 보여주지 말고 기초자산이 어느 수준이면 만기에 얼마가 남는지 설명해야 한다. 고객이 환매할 수 있는지, 중도환매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는지도 알려야 한다. 상품을 판 은행은 만기까지 설명의 책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분쟁조정의 배상비율은 처벌의 수위가 아니다. 은행의 잘못이 크더라도 투자자의 경험과 확인의무가 과실상계 요소로 반영될 수 있다. 반대로 고객이 서명하고 일부 투자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은행의 기본 책임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대표사례의 비율을 자신의 계약에 그대로 대입하지 말고 권유경위, 투자성향, 설명자료, 자금의 성격을 비교해야 한다.

판매 녹취를 남기는 목적도 분명해야 한다. 직원이 정해진 문장을 빠르게 읽고 고객이 “예”라고 답하면 파일은 만들어진다. 좋은 녹취는 최악 손실액, 상품의 비예금성, 중도환매 불이익을 고객이 자기 말로 확인하게 한다. 난청이나 인지능력 저하가 있는 고객에게는 문자 크기, 동석자, 숙려시간 같은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 동일 절차가 모든 사람에게 같은 보호를 주지는 않는다.

제조사와 판매사 사이의 책임 배분도 계약서 밖에서 봐야 한다. 제조사는 기초자산과 손실식을 만들고 위험자료를 제공한다. 판매사는 고객을 알고 상품을 선정한다. 운용사는 펀드재산으로 DLS를 편입한다. 한 단계의 자료가 틀리거나 위험을 축소하면 다음 단계가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 각 회사는 앞 단계의 문서를 받았다는 사실보다 독립적으로 검증한 항목을 남겨야 한다.

다음 가입에서 확인할 것

- 약정수익률이 아니라 기초자산이 어느 수준에서 원금손실을 시작하는가. - 과거 발생확률 외에 최악의 손실액과 손실 확대 배수는 얼마인가. - 상품을 만든 회사, 선정한 본점, 판매한 창구는 각각 어떤 보상을 받는가. - 예금 만기자금을 옮기는 경우 투자기간과 생활자금 필요시점이 맞는가.

손실은 해외금리에서 시작됐다. 신뢰의 손실은 가까운 창구에서 시작됐다. 두 장소를 연결한 것은 복잡한 수식보다 “예금보다 조금 더”라는 짧은 설명이었다.

04 · 금융구조 해부

상품과 사건의 구조를 한눈에 보기

01 · 출발점

DLF

해외금리 연계 DLF

02 · 작동 장치

불완전판매

낮은 금리 시대의 ‘몇 퍼센트 더’는 어떤 꼬리위험을 숨기는가.

03 · 위험 증폭

내부통제

가격·유동성·정보·통제 가운데 하나가 흔들리면 손실이 다른 계약과 사람에게 이동한다.

04 · 최종 부담

예금자·차주·은행 건전성

‘발생확률이 낮다’와 ‘손실이 작다’는 전혀 다른 말이라는 점.

누가 내고 누가 최종 손실을 부담하는가
정보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고 설명했는가
책임계약·공시·통제·감독의 빈틈은 어디였는가

05 · 판단의 층위

사실·기관 판단·책임·해석을 분리해 읽기

FACT

기록에서 확인할 사실

2019년,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자 한국의 은행 고객이 원금 대부분을 잃는 상품이 현실이 됐다. 독일 정부가 빚을 갚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채권가격이 폭락한 것도 아니었다. 금리가 계약에서 정한 선 아래로 내려갔다는 이유로 손실률이 가파르게 커졌다. 판매자료의 첫머리에는 연 수익률이 적혔고, 손실을 계산하는 식은 뒤쪽에 있었다.

2019–현재 · 사실관계 기준일 2026.08.01
AUTHORITY

감독·사법 판단

현재 기록 상태는 ‘판결·제재·제도개선 기록’이다. 기관별 조치, 심급별 결론과 확정 여부를 구분하고, 수사·제재 단계의 판단을 확정판결과 같은 의미로 쓰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해외금리 연계 DLF 검사결과·분쟁조정 결정, 금융위원회 제재 및 고난도 금융상품 개선방안, 법원 판결과 은행 판매자료.
RESPONSIBILITY

책임과 제도의 쟁점

2019년,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자 한국의 은행 고객이 원금 대부분을 잃는 상품이 현실이 됐다. 독일 정부가 빚을 갚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채권가격이 폭락한 것도 아니었다. 금리가 계약에서 정한 선 아래로 내려갔다는 이유로 손실률이 가파르게 커졌다. 판매자료의 첫머리에는 연 수익률이 적혔고, 손실을 계산하는 식은 뒤쪽에 있었다.

형사책임, 민사책임, 감독상 책임과 내부통제의 적정성은 각각 다른 기준으로 판단한다.
INTERPRETATION

필자의 판단

낮은 확률의 큰 손실을 작은 금리 이익과 바꾸려면 손실구간이 먼저 보여야 한다. 은행 창구의 신뢰는 복잡한 구조를 생략할 이유가 아니라 더 정확히 번역할 책임이다.

낮은 금리 시대의 ‘몇 퍼센트 더’는 어떤 꼬리위험을 숨기는가.

판단 원칙확인된 사실, 당사자 주장, 감독당국 판단, 법원 판단과 필자의 해석을 문장과 시각 요소에서 분리한다.

06 · 박종길의 결론

낮은 확률의 큰 손실을 작은 금리 이익과 바꾸려면 손실구간이 먼저 보여야 한다. 은행 창구의 신뢰는 복잡한 구조를 생략할 이유가 아니라 더 정확히 번역할 책임이다.

- 약정수익률이 아니라 기초자산이 어느 수준에서 원금손실을 시작하는가. - 과거 발생확률 외에 최악의 손실액과 손실 확대 배수는 얼마인가. - 상품을 만든 회사, 선정한 본점, 판매한 창구는 각각 어떤 보상을 받는가. - 예금 만기자금을 옮기는 경우 투자기간과 생활자금 필요시점이 맞는가.

손실은 해외금리에서 시작됐다. 신뢰의 손실은 가까운 창구에서 시작됐다. 두 장소를 연결한 것은 복잡한 수식보다 “예금보다 조금 더”라는 짧은 설명이었다.

이 사건에서 남길 판단 기준‘발생확률이 낮다’와 ‘손실이 작다’는 전혀 다른 말이라는 점.

낮은 금리 시대의 ‘몇 퍼센트 더’는 어떤 꼬리위험을 숨기는가.

07 · 독자의 판단도구

다음 계약에서 확인할 질문

  1. 01

    기초금리가 어느 수준에서 원금손실을 시작하고 전액손실에 이르는가.

  2. 02

    만기·중도환매와 시장가 평가손실을 이해했는가.

  3. 03

    고령자·위험회피 고객의 투자성향과 판매성과 보상이 충돌하지 않는가.

08 · 증거실

주요 확인자료

공시·판결·제재·회사 공식자료 등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다시 추적할 수 있는 1차자료를 제시합니다.

  • 금융감독원 해외금리 연계 DLF 검사결과·분쟁조정 결정, 금융위원회 제재 및 고난도 금융상품 개선방안, 법원 판결과 은행 판매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