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4일 여러 상장종목이 개장 직후 하한가로 내려갔다. 업종도 사업도 달랐다. 시장은 공통된 실적 악화나 공시를 찾지 못했다. 매도 창구에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의 이름이 반복해서 나타났다. 며칠 동안 하한가가 이어지면서 공통점이 뒤늦게 보였다. 여러 계좌가 차액결제거래(CFD)를 통해 같은 종목을 큰 규모로 보유하고 있었다.
CFD 계좌의 화면에는 투자자가 가진 경제적 손익이 나타나지만 거래소 주문에는 증권사 명의가 보일 수 있다. 투자자는 적은 증거금으로 자기자금보다 큰 주식 포지션을 가졌다. 주가가 떨어지자 담보비율이 무너졌고 증권사는 계약에 따라 주식을 팔았다. 첫 매도가 가격을 낮추고 낮아진 가격이 다른 계좌의 반대매매를 불렀다. 보이지 않던 빚이 시장가격을 통해 한꺼번에 드러났다.
이 사건의 수사와 재판은 장기간의 시세조종 혐의, 투자일임·자문, 수수료, 범죄수익, CFD 주문의 법적 성격을 다뤘다. 2026년 8월 1일 현재 최종 결론은 아직 단순한 한 줄이 아니다. 대법원은 2026년 5월 핵심 피고인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CFD를 통해 실제 상장주식 주문이 거래소에 제출됐다면 그 주문도 시세조종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환송심 판단이 남아 있으므로 형량과 일부 혐의의 최종 결과를 확정형으로 써서는 안 된다.
주식을 사지 않고 주식만큼 움직이는 계약
차액결제거래(CFD)는 투자자가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진입가격과 청산가격의 차이를 증권사와 정산하는 장외파생계약이다. 투자자가 매수 포지션을 원하면 증권사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실제 주식을 사거나 다른 방식으로 헤지할 수 있다. 시장에서 보이는 주식 주문의 명의는 증권사일 수 있지만 가격이 오르고 내릴 때 손익을 부담하는 사람은 CFD 고객이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자기자금 4,000만 원을 증거금으로 내고 1억 원의 매수 포지션을 잡았다고 하자. 명목금액은 1억 원, 레버리지는 2.5배다. 주가가 10% 오르면 비용 전 1,000만 원의 이익이 생겨 자기자금 대비 25% 수익이다. 10% 내리면 1,000만 원 손실이다. 증권사가 요구하는 유지증거금 아래로 내려가면 추가 담보를 내야 한다. 내지 못하면 고객 의사와 관계없이 포지션이 청산된다.
레버리지는 손실률만 키우지 않는다. 매도 시점을 바꾼다. 현금으로 주식을 산 투자자는 가격이 내려도 기다릴 수 있다. CFD 계좌는 담보비율이 정한 시간 안에 돈을 더 넣지 못하면 팔려야 한다. 여러 계좌가 같은 종목을 비슷한 레버리지로 들고 있으면 청산가격도 가까워진다. 매도 주문이 한꺼번에 나온다.
저유동성 종목에서는 충격이 더 크다. 평소 거래량이 적고 유통주식 수가 제한된 종목에 큰 포지션이 쌓이면 매수할 때 가격을 올리고 팔 때 가격을 크게 내릴 수 있다. 장기간 천천히 매수한 물량을 며칠 안에 매도하면 시장이 받아내지 못한다. 하한가에서는 매도 주문이 쌓여도 체결되지 않아 다음 날 담보 부족이 이어진다.
명의와 위험부담자가 달랐던 시장
사건 전 CFD는 고액자산가와 전문투자자가 주로 이용했다. 종목별 대량보유와 투자주체 통계에서 실질 투자자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거래소에는 외국계 증권사나 국내 증권사 명의의 주문으로 보일 수 있었다. 시장 참가자는 여러 계좌 뒤의 집중 포지션을 알기 어려웠고 증권사도 다른 회사에 개설된 동일 고객의 전체 노출을 보지 못했다.
명의가 다르다고 법적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이익과 주문 지시의 주체, 계좌 관리, 자금 출처를 따라가면 실질 투자자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시세조종죄는 가격이 올랐다는 결과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매매를 유인하거나 가격을 인위적으로 형성하려는 목적, 주문의 방식과 반복, 계좌 사이 연계, 허위·가장 거래 등이 입증돼야 한다.
검찰은 핵심 피고인들이 투자자 명의의 위탁계좌와 CFD 계좌를 관리하며 장기간 여러 종목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고 기소했다. 피고인 측은 정상적인 가치투자 또는 투자일임 거래였으며 CFD 헤지 주문은 자신들이 직접 낸 상장주식 주문이 아니라는 취지로 다퉜다. 1심과 항소심은 CFD 관련 주문을 시세조종 거래에 포함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해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은 2026년 5월 장외파생계약을 이용했더라도 그 계약에 따라 증권사가 상장증권 주문을 내고 행위자가 이를 인식·이용했다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주문에서 당연히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원심이 CFD 주문 부분을 배제한 법리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는 CFD를 이용한 모든 매매가 시세조종이라는 뜻이 아니다. 환송심은 구체적 주문과 목적, 공모, 이익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
이 구분은 중요하다. 대법원이 법리 기준을 제시한 사실은 확정됐다. 특정 피고인의 전체 범죄사실과 최종 형량은 환송심 이후 확정된다. 언론 제목의 ‘유죄 취지’는 파기환송의 방향을 설명하지만 사건 전체가 종결됐다는 말은 아니다. 원고 기준일 뒤 재판이 진행되면 출판 전에 상태를 갱신해야 한다.
위험을 나눠 보지 못한 증권사
증권사는 고객별 증거금과 종목별 한도를 관리했다. 그러나 여러 증권사 계좌를 합친 실질 포지션, 동일 투자전략 아래 움직이는 계좌군, 저유동성 종목에 대한 전체 시장 노출은 충분히 보이지 않았다. 회사마다 자기 고객의 신용위험을 관리해도 시장 전체의 집중위험은 커질 수 있다.
증거금률이 같은 숫자라도 기초종목에 따라 위험은 다르다. 시가총액이 크고 거래량이 많은 종목은 반대매매 물량을 받아낼 가능성이 높다. 거래가 적은 종목은 장부상 평가가격과 실제 청산가격이 멀어질 수 있다. 담보가 부족해진 뒤 파는 방식만으로는 증권사 손실도 막지 못한다. 진입 단계에서 유동성과 계좌 간 연계를 반영해야 한다.
사건 뒤 금융당국은 CFD 투자자의 실질을 거래정보에 반영하고, 잔고 공시와 증거금 규제를 강화하며, 전문투자자 지정 절차를 보완했다. 증권사의 신용공여와 위험관리를 더 엄격히 보는 조치도 뒤따랐다. 규정이 바뀌어도 해외 증권사와 여러 법인을 거친 포지션, 장외계약과 현물주문을 연결하는 데이터가 없으면 같은 사각지대가 남는다.
전문투자자라는 명칭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일정 자산과 경험 요건을 충족하면 규제상 보호가 줄고 복잡한 상품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자산 규모가 레버리지의 시장충격과 계약의 강제청산을 이해한다는 증거는 아니다. 전문성은 손실을 감당할 돈만이 아니라 구조를 이해하고 위험을 관리할 능력까지 포함해야 한다.
공시의 단위도 바뀌어야 했다. 종전에는 CFD 주문이 증권사 명의나 외국인 거래로 집계돼 실질 투자주체가 잘 보이지 않았다. 실질 투자자 유형과 종목별 잔고가 적시에 공개되면 시장은 집중을 더 빨리 감지할 수 있다. 다만 개인별 포지션을 지나치게 공개하면 투자전략과 개인정보를 침해할 수 있다. 감독기관에는 계좌 단위 상세자료를 주고 시장에는 집계된 집중도와 레버리지 지표를 제공하는 구분이 필요하다.
대량보유보고도 경제적 소유를 따라가야 한다.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아 의결권이 없더라도 CFD를 통해 가격 손익을 크게 부담하면 매도 시 시장에 같은 충격을 줄 수 있다. 현행 공시가 의결권 중심인지 경제적 노출까지 포함하는지 상품별로 확인해야 한다. 규제 대상 확대는 헤지와 정상 거래까지 포착할 수 있으므로 명목금액, 의결권, 청산권한을 나눠 설계해야 한다.
증권사는 종목별 스트레스테스트에서 하한가가 하루로 끝나지 않는 경우를 넣어야 한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지 않은 채 평가손실만 커지면 고객 담보와 회사 미수금이 함께 악화된다. 동일 종목을 가진 여러 고객이 한 투자자문조직의 지시를 받는 징후도 집중도로 합산해야 한다. 법적 계좌 수보다 실제로 함께 움직이는 포지션 수가 위험을 결정한다.
투자자에게는 예상 청산가격 하나보다 구간표가 유용하다. 기초주식이 5%, 10%, 20% 내릴 때 추가로 내야 할 담보, 반대매매 예상수량, 계좌 자기자본을 보여주면 빚의 크기가 보인다. ‘최대손실 원금 초과 가능’이라는 문구만으로는 어느 가격에서 선택권이 사라지는지 알 수 없다.
계좌 밖으로 나온 손실
반대매매는 계약상 예정된 절차다. 그렇다고 영향이 계약 당사자에게만 머무르지 않는다. 같은 종목을 현금으로 보유한 일반 주주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연속 하한가를 겪었다. 일부 증권사는 미수금을 회수해야 했다. 시장은 외국인·기관 매매 통계와 대량보유 공시가 실질 위험을 얼마나 보여주는지 의심하게 됐다.
투자자문을 믿고 계좌를 맡긴 사람, 자기 명의와 인증수단을 제공한 사람, 수익 일부를 수수료로 낸 사람의 책임도 같지 않다. 계약 내용을 알고 주문을 통제했는지, 허위 설명을 들었는지, 손익과 수수료를 어떻게 나눴는지를 봐야 한다. 피해자라는 주장과 계좌 제공자로서의 행위는 조사와 재판에서 각각 확인된다. 확인되지 않은 심리나 대화를 채워 넣을 수는 없다.
2023년 4월 화면에 나타난 것은 몇 종목의 하한가였다. 그 아래에는 명목금액, 자기자본, 유지증거금, 청산가격이라는 네 숫자가 있었다. 빚은 계좌 화면 뒤에 숨어 있었지만 반대매매는 시장 전체가 보게 만들었다.
레버리지는 수익을 늘리는 도구이면서 기다릴 권리를 줄이는 계약이다. 청산가격을 모른다면 수익률보다 먼저 계약이 내 선택권을 가져가는 시점을 계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