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1일 옵션만기일, 장 마감 동시호가에 대규모 주식 매도 주문이 들어왔다. 코스피200을 구성하는 종목의 가격이 짧은 시간에 함께 떨어졌다. 지수 화면의 변화는 몇 분이었지만 선물·옵션 계좌의 손익은 그보다 훨씬 빠르게 갈렸다. 주식을 보유한 사람은 종가 하락을 보았고, 옵션을 매도한 사람은 레버리지가 만든 손실을 계좌에서 바로 확인했다.
마감 동시호가는 장 종료 직전 일정 시간 동안 주문을 모아 하나의 종가를 정하는 방식이다. 마지막 순간의 우연한 주문이 가격을 흔들지 않도록 수요와 공급을 한꺼번에 맞춘다. 평소에는 가격발견을 돕는다. 반대로 시장이 받아내기 어려운 규모의 주문이 한 방향으로 몰리면 여러 종목의 종가가 동시에 움직인다. 지수는 그 종가로 계산되고, 지수를 기준으로 결제하는 파생상품의 손익도 바뀐다.
현물과 선물, 옵션은 서로 떨어진 시장이 아니다. 지수선물은 미래의 코스피200 값을 거래한다. 옵션은 일정한 지수 수준에서 사고팔 권리의 가격을 거래한다. 만기에는 현물지수와 파생상품의 결제가 한 지점에서 만난다. 현물주식을 대량으로 팔아 지수를 낮추면 풋옵션 같은 하락 포지션의 가치가 커질 수 있다. 현물 매도손실보다 파생상품 이익이 더 크도록 포지션이 짜여 있다면 주문의 경제적 의미는 한 시장만 보고 알 수 없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외국계 금융회사의 사전 포지션 구축과 만기일 주문, 내부 의사결정을 조사했다. 재판은 법인과 임직원별로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의 고의와 행위, 파생상품 이익의 귀속을 심리했다. 민사상 손해배상도 별도로 다뤄졌다. 사건의 세부 유·무죄와 배상 범위는 심급과 당사자에 따라 나누어 써야 한다. ‘옵션 쇼크가 있었다’는 시장 사실과 ‘누가 어떤 범죄로 확정됐다’는 사법 판단은 같은 문장이 아니다.
확정된 사실에는 2010년 11월 11일 마감 동시호가의 대량매도, 지수 급락, 관련 파생포지션과 거래자료가 있다. 기관의 판단은 주문이 정상적인 인덱스 차익거래 청산이 아니라 시장가격에 부당한 영향을 주도록 설계됐다는 조사·기소 논리를 포함한다. 당사자의 주장은 기존 차익거래 포지션을 만기에 정리한 거래였고 시장 규칙 안에서 주문했다는 취지였다. 사법 판단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각 행위자의 인식과 공모를 달리 보았다. 원고의 최종 판결 표는 대법원 보도자료와 판결문 원문으로 확정해야 한다.
차익거래 자체는 시장의 정상 기능이다. 선물가격이 현물가치보다 비싸면 현물 바스켓을 사고 선물을 판다. 만기에 가격 차이가 줄어들면 두 포지션을 정리해 수익을 얻는다. 이 거래는 현물과 선물 가격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청산의 규모와 방식, 다른 파생포지션, 주문 시점과 목적이다. 정상 전략의 이름을 붙였다고 모든 주문이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며, 결과적으로 큰 이익이 났다고 곧바로 조작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옵션 매도 손실은 왜 커질까. 풋옵션을 판 사람은 지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그 차이를 지급해야 한다. 받은 프리미엄은 처음부터 제한돼 있지만 지수가 계속 떨어지면 지급할 금액은 커진다. 예를 들어 행사가격과 결제지수의 차이가 1포인트 커질 때 계약승수가 곱해진 손실이 늘어난다. 계약 수가 많으면 짧은 지수변화도 계좌 전체를 넘는 손실이 될 수 있다. ‘확률이 낮다’와 ‘손실 한도가 작다’는 다른 말이다.
옵션을 산 사람의 손실은 낸 프리미엄으로 제한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옵션을 판 사람은 작은 프리미엄을 반복해서 받는 대신 드문 큰 변동을 부담한다. 평소의 높은 승률이 위험을 가릴 수 있다. 만기일 장 마감에 지수가 급변하면 추가 증거금을 넣을 시간도 없다. 거래 시스템은 규칙대로 결제하지만 투자자의 대응시간은 사라진다.
시장운영자는 사건 뒤 마감 동시호가와 파생상품 결제, 대규모 프로그램매매에 대한 감시와 규칙을 보완했다. 구체적인 제도는 여러 차례 바뀌었으므로 2026년의 규정을 2010년에 있었던 것처럼 쓰면 안 된다. 제도 변화는 ‘사고 뒤 강화됐다’는 말보다 주문정보 공개, 가격제한, 사전보고와 감시, 결제 기준이 무엇에서 무엇으로 달라졌는지 표로 보여주는 편이 정확하다.
글로벌 금융회사의 주문은 여러 부서와 법인을 지나온다. 한 부서는 차익거래를 설계하고, 다른 곳은 위험한도를 정하며, 현지 브로커가 주문을 집행할 수 있다. 분업은 전문성을 높이지만 전체 목적을 보는 사람이 없게 만들 수도 있다. 개인의 키보드 한 번으로 설명하면 승인선, 이익배분, 법무·준법 검토, 거래소 접속과 사후보고라는 통제 지점을 놓친다. 조직적 거래의 책임은 누가 최종 버튼을 눌렀는지보다 누가 전략을 알고 승인하고 이익을 받았는지에 따라 나눠야 한다.
국적은 핵심이 아니다. 외국계 회사가 국내 시장을 공격했다는 틀은 분노를 쉽게 모으지만 시장구조의 문제를 좁힌다. 같은 주문을 국내 회사가 냈어도 가격충격과 이해상충은 같다. 국제 거래에서는 자료 확보와 법인 간 책임, 해외 임직원의 형사절차가 어려워질 뿐이다. 규제는 회사의 출신보다 국내 시장에 낸 주문과 위험의 실질을 보아야 한다.
그날 시장감시 담당자는 평소와 다른 주문을 짧은 시간에 판단해야 했다. 투자자는 이미 체결된 가격을 되돌릴 수 없었다. 사후 재판은 수년 동안 고의와 법리를 따졌지만 시장의 종가는 예정된 시각에 확정됐다. 법이 느려서만은 아니다. 빠른 거래의 책임을 확정하려면 방대한 주문과 의사결정 자료를 연결해야 한다. 속도의 차이를 줄이는 첫 장치는 사후 처벌보다 사전 한도와 실시간 감시다.
동시호가의 종가는 지수펀드와 파생상품, 기관의 성과평가에 널리 쓰인다. 한 시점의 가격이 많은 계약의 기준이 되므로 효율적이지만 조작 유인도 집중된다. 기준가격을 여러 시점의 평균으로 바꾸면 한 주문의 힘은 줄지만 추적오차와 헤지비용이 늘 수 있다. 기준을 고칠 때는 조작 가능성만이 아니라 시장유동성과 결제의 예측가능성을 함께 보아야 한다.
대규모 주문에 대한 사전 통제는 가격을 예상해 거래를 막는 일이 아니다. 주문 금액이 평소 거래량의 몇 배인지, 동시호가 예상체결량을 얼마나 바꾸는지, 다른 시장 포지션과 결합해 회사 한도를 넘는지를 자동으로 확인하는 절차다. 경고가 뜨면 독립된 위험관리자가 주문의 목적과 분할 가능성을 검토한다. 영업부서의 이익이 큰 거래일수록 승인 독립성이 필요하다.
거래소의 실시간 감시도 예상체결가격을 이용할 수 있다. 동시호가 중 주문이 들어오고 취소될 때 종가 예상치가 급변하면 시장에 알리거나 회원사에 확인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감시 개입이 특정 가격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면 안 된다. 감시의 목표는 가격수준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 수요와 부당한 주문을 찾는 데 있다.
파생 포지션의 이익은 현물 매도의 손실과 합산해야 한다. 현물에서 큰 손실을 보고 옵션에서 더 큰 이익을 얻었다면 거래의 전체 경제성이 보인다. 부서별 장부만 보면 현물팀은 손실, 파생팀은 이익으로 나뉠 수 있다. 통합 위험관리는 법인과 해외 계열사까지 실질 귀속을 연결한다. 분업된 장부가 거래의 목적을 숨기지 않게 하는 일이다.
개인 투자자는 옵션 매도 증거금을 ‘최대손실을 충당한 금액’으로 착각할 수 있다. 증거금은 예상 변동을 바탕으로 요구하는 담보다. 극단적 변동에서는 손실이 증거금을 넘는다. 장 마감 뒤 추가 납부 통지를 받으면 다음 날 시장이 열리기 전에 현금을 마련해야 할 수 있다. 증거금률이 낮다는 말은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라 적은 돈으로 큰 위험을 맡았다는 뜻에 가깝다.
사후 손해배상에서는 누구의 손실이 문제의 주문 때문에 생겼는지 가려야 한다. 같은 날 옵션을 거래했어도 매수·매도 시각, 행사가격과 만기가 다르다. 시장 전체 변수도 움직였다. 불법행위가 인정돼도 모든 손실을 같은 비율로 배상할 수 없는 이유다. 집단적 시장충격과 개별 인과관계를 연결할 통계와 거래자료가 필요하다.
옵션 쇼크는 파생상품이 위험하다는 결론으로 읽을 일이 아니다. 옵션은 위험을 이전하고 가격을 발견하는 데 쓰인다. 위험한 것은 손실 한도를 모른 채 프리미엄만 보는 거래, 여러 시장에 나뉜 포지션을 합쳐 보지 않는 관리, 종가 결정구조보다 큰 주문을 아무 통제 없이 내는 체계다. 시장은 장 종료와 함께 문을 닫았지만, 그날 확정된 가격은 공정한 종가를 누가 지켜야 하는지 오래 묻게 했다.
시장충격 비용을 주문 전에 추정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매도할 주식 수를 평소 거래량과 호가잔량에 대입하면 예상가격 하락을 계산할 수 있다. 실제 주문이 이 추정을 크게 넘었는데도 한 번에 집행했다면 그 이유와 승인을 남겨야 한다. 모델이 완벽하지 않아도 아무 계산 없이 종가에 몰아넣는 것과는 책임이 다르다.
투자자 교육에서는 옵션의 이론보다 결제 시계를 먼저 보여줄 필요가 있다. 만기일 몇 시에 거래가 끝나고 결제지수가 어떻게 정해지며 증거금 부족은 언제 통보되는지 알아야 한다. 권리의 방향을 맞혀도 거래 가능한 시간과 청산 규칙을 모르면 손익을 관리할 수 없다. 파생상품은 가격과 시간이 같은 비중으로 작동하는 계약이다.
금융회사의 이사회는 큰 이익을 낸 거래를 결과만으로 칭찬해서는 안 된다. 수익이 승인한 위험한도 안에서 났는지, 시장충격과 법적 위험을 반영했는지, 보너스가 장기 분쟁 비용보다 먼저 지급됐는지를 본다. 손실이 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통제가 좋았다는 증거가 아닐 수 있다.
거래일의 수익을 확정하더라도 성과보수 일부는 분쟁과 결제위험이 끝날 때까지 이연할 수 있다. 짧은 성과평가가 만기일에 위험을 몰아넣지 않게 하는 장치다. 조직의 시간과 시장의 시간을 맞추는 것도 내부통제다.
다음 거래에서 확인할 세 가지
- 옵션 매도 포지션의 최대손실과 지수 1포인트 변화당 손익은 계좌자산의 몇 퍼센트인가. - 만기일 동시호가와 결제가격이 급변할 때 추가 증거금과 강제청산 규칙은 무엇인가. - 현물·선물·옵션 포지션을 따로 보지 않고 합산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계산했는가.
2010년 11월 11일 한국거래소 분 단위 지수·주문자료, 검찰·금융당국 발표, 대법원 및 하급심 판결·보도자료, 국회 자료와 관련 회사 공시. 법인과 임직원별 형사결론, 민사배상 결과를 분리해 최종 교정한다.